Bell 부등식과 비국소성 실험
Bell 부등식은 국소 숨은 변수 이론과 양자역학이 서로 다른 통계적 예측을 낳는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표현한다. CHSH 부등식을 중심으로 그 유도 원리와 실험적 검증 과정을 살펴보고, 비국소성이 양자 정보 기술에 갖는 함의를 다룬다.
개념 소개
1935년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EPR)은 양자역학의 완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얽힌 입자 쌍에서 한쪽을 측정하는 순간 아무리 멀리 떨어진 다른 쪽의 상태도 즉각 결정된다는 양자역학의 예측이, 국소성 원리와 충돌한다는 것이다. EPR의 해법은 국소 숨은 변수(local hidden variable) 의 존재였다. 입자들이 생성될 때부터 측정 결과를 결정하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면 비국소성처럼 보이는 현상도 설명 가능하다는 논리다.
1964년 존 스튜어트 Bell은 이 두 관점—국소 숨은 변수 이론과 양자역학—이 실험으로 판별 가능한 서로 다른 통계적 예측을 낳음을 보였다. Bell 부등식은 철학적 논쟁을 검증 가능한 수학적 명제로 전환시킨 20세기 물리학의 이정표다.
핵심 원리
실험에 가장 널리 쓰이는 형태는 CHSH 부등식이다. Alice와 Bob이 각각 얽힌 입자를 받아 독립적으로 측정 방향 (Alice)와 (Bob)을 선택한다. 상관 함수 를 결과 일치 확률에서 불일치 확률을 뺀 값으로 정의하면, 국소 실재론하에서 다음이 반드시 성립한다:
이 한계는 순수 대수학적으로 도출된다. 각 측정 결과가 의 값을 가지며, 국소 숨은 변수 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면, 임의의 에 대해
가 성립하고, 에 대한 평균을 취해도 부등식이 유지된다.
반면 싱글렛 상태 에서 양자역학의 상관 함수는
이며, 로 설정하면
에 도달한다. 이를 치렐손(Tsirelson) 한계라 하며, 고전 한계 2를 명백히 초과한다. 국소 실재론은 (1) 측정 전에도 물리량이 확정적 값을 가진다는 실재성과 (2) 한 입자의 측정이 멀리 있는 다른 입자에 즉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국소성의 결합이다. CHSH 위반은 이 두 가정을 동시에 만족하는 이론으로는 양자역학을 재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import numpy as np
def E(a_deg, b_deg):
"""싱글렛 상태에서의 스핀 상관 함수 E(a,b) = -cos(a-b)"""
return -np.cos(np.radians(a_deg - b_deg))
a, a_p = 0, 90
b, b_p = 45, 135
S = E(a, b) - E(a, b_p) + E(a_p, b) + E(a_p, b_p)
print(f"CHSH |S| = {abs(S):.4f}") # 출력: 2.8284
print(f"고전 한계: 2.0000")
print(f"치렐손 한계: {2*np.sqrt(2):.4f}") # 출력: 2.8284
예시·응용
Aspect 실험(1982): 알랭 아스페 연구팀은 칼슘 원자에서 방출된 광자 쌍으로 CHSH 부등식을 검증했다. 측정 방향을 비행 도중 무작위로 전환하는 방식을 도입해, 당시까지 가장 강력한 Bell 위반을 보고했으며 결과는 양자역학 예측과 일치했다.
허점 없는 실험: 초기 실험들에는 탐지 효율 허점(detection loophole)과 국소성 허점(locality loophole)이 공존했다. 이후 여러 연구 그룹이 두 허점을 동시에 닫은 실험을 수행했고, 결과는 일관되게 Bell 부등식 위반을 지지했다. 이는 어떠한 국소 숨은 변수 이론도 양자역학의 통계를 설명할 수 없다는 강력한 증거다.
장치 무관 양자 암호(DI-QKD): Bell 부등식 위반 여부를 이용하면 측정 장치를 신뢰하지 않아도 도청 없이 비밀 키를 공유했음을 보장할 수 있다. 비국소 상관관계 자체가 보안의 근거가 된다. 양자 네트워크에서 얽힘 품질을 인증하는 데도 동일한 원리가 활용된다.
정리
Bell 부등식은 국소 숨은 변수 이론과 양자역학을 실험적으로 구분하는 도구다. CHSH 고전 한계 에 반해 양자역학은 최대 를 예측하며, 반복된 실험은 이를 확인했다. 비국소성은 정보를 빛보다 빠르게 전달하지 않지만, 고전 물리학의 직관을 근본적으로 넘어서는 양자 상관관계의 본질을 드러낸다.
연습문제
Q1.네 가지 측정 방향 $a=0°$, $a'=90°$, $b=45°$, $b'=135°$를 사용할 때, 싱글렛 상태에서 $E(a,b) = -\cos(a-b)$ 공식을 적용해 CHSH 파라미터 $S = E(a,b) - E(a,b') + E(a',b) + E(a',b')$를 직접 계산하고, 그 절댓값이 $2\sqrt{2}$임을 확인하시오.
힌트 보기
각 상관 함수 값을 먼저 개별적으로 구한 뒤 대입한다. $\cos(45°) = \frac{1}{\sqrt{2}}$, $\cos(135°) = -\frac{1}{\sqrt{2}}$를 이용한다.
해설 보기
$E(0°,45°)=-1/\sqrt{2}$, $E(0°,135°)=1/\sqrt{2}$, $E(90°,45°)=-1/\sqrt{2}$, $E(90°,135°)=-1/\sqrt{2}$이므로 $S = -1/\sqrt{2} - 1/\sqrt{2} + (-1/\sqrt{2}) + (-1/\sqrt{2}) = -4/\sqrt{2} = -2\sqrt{2}$, $|S|=2\sqrt{2}\approx2.828$. 고전 한계 2를 초과한다.
Q2.Bell 부등식 위반이 "비국소성"을 증명한다고 할 때, 이것이 정보의 초광속 전달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 이유를 논술하시오.
해설 보기
얽힌 입자 쌍에서 한쪽 측정 결과는 무작위($\pm 1$이 각각 50%)이므로, Alice의 측정 결과만 보면 완전히 랜덤하다. Bob이 자신의 결과와 비교해 상관관계를 확인하려면 고전 채널을 통한 통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국소 상관관계는 존재하지만, 이를 이용해 의미 있는 정보를 빛보다 빠르게 전달할 수는 없다. 이는 '신호 불전달 정리(no-signaling theorem)'로 정식화된다.
Q3.국소 숨은 변수 이론에서 CHSH 파라미터의 고전 한계가 $|S| \leq 2$임을 대수적으로 유도하시오.
힌트 보기
Alice와 Bob의 측정 결과를 각각 $A(a,\lambda), A(a',\lambda), B(b,\lambda), B(b',\lambda) \in \{+1,-1\}$으로 놓고, $B(b,\lambda) \pm B(b',\lambda)$가 가질 수 있는 값을 분석한다.
해설 보기
$B(b,\lambda)$와 $B(b',\lambda)$는 각각 $\pm 1$이므로, $(B(b)+B(b'))$와 $(B(b)-B(b'))$ 중 하나는 $0$이고 다른 하나는 $\pm 2$이다. 따라서 $A(a)(B(b)-B(b')) + A(a')(B(b)+B(b'))$의 절댓값은 항상 $|A(a)|\cdot|{0}| + |A(a')|\cdot|{\pm 2}|$ 또는 $|A(a)|\cdot|{\pm 2}| + |A(a')|\cdot|{0}|$ 꼴이 되어 최대 $2$다. $\lambda$에 대한 앙상블 평균을 취해도 절댓값의 평균은 최댓값을 초과할 수 없으므로 $|S| \leq 2$가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