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R&D 예외 공론화…민주당,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논의 착수
원제: "52시간제 족쇄, 과학계 몰입을 許하라"<br>[대덕단상] '韓 장시간 근로국가'는 오해
더불어민주당이 2026년 7월 10일 반도체·피지컬AI·데이터센터 지원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고소득 연구전문직에 별도 근로시간 기준을 적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공개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2025년 반도체특별법 협상에서 여야 합의에 실패한 뒤 2026년 1월 최종 통과된 법에서도 빠진 주52시간제 예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저자: 길애경 기자

논의 재개의 배경: 반복된 좌절과 새 국면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52시간제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된 이후 국내 연구현장에서는 근태관리 시스템이 초과 근무를 자동 감지하고, 일부 기관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시간대의 전산 접속과 연구시설 이용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공장 생산직 보호를 위해 설계된 규제가 비선형적 몰입을 요구하는 연구직에 그대로 적용된 결과였다.
이 문제는 2025년 반도체특별법 논의에서 재차 불거졌으나 여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2026년 1월 통과된 최종 법안에도 근로시간 특례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은 7월 10일 호남 반도체·피지컬AI·데이터센터를 겨냥한 3대 메가프로젝트 특위를 출범시키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공식 공론화 의제로 설정했다. 특위 간사를 맡은 장철민 의원은 대형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파격적 인센티브와 규제 특례를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장 데이터: 성과 저하와 기간 연장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기업 연구부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5.8%가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연구개발 성과가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53.5%는 소요 기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성과 저하 항목으로는 신제품 개발(45.2%), 기존 제품 개선(34.6%), 연구인력 역량 축적(28.5%), 신공정 기술 개발(25.3%) 순이 꼽혔다.
연구개발 업무는 자료 검토·실험 설계 단계에서는 비교적 규칙적인 패턴이 가능하지만, 장비·시료·인력·현장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는 시기에는 단기 집중 실험이 불가피하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도출될 경우 즉각적인 원인 추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단위 총량 규제가 연구 완성도와 대응력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OECD 노동시간 비교의 맥락
한국의 2022년 연간 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752시간보다 149시간 길었다. 이 수치는 주52시간제 유지 논거로 자주 인용된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해당 통계가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를 모두 합산한 결과임을 지적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은 평균 노동시간이 길게,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큰 독일·네덜란드는 짧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고용구조 차이가 존재한다. KDI 분석에 따르면 고용 구조 차이를 보정하면 한국과 여타 OECD 국가 간 노동시간 격차는 약 31% 줄어든다. 한국 임금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비교 대상 국가 대비 월등하게 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해외 연구인력 시간 운용 비교
미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전문성·업무 재량을 갖춘 관리·전문직에 대해 일반 근로자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제도화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연구기관·기업은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프로젝트 단위 운영을 통해 연구자가 업무 성격에 따라 시간을 자율 배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중국에서는 화웨이·BYD·텐센트 등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6일 근무하는 이른바 996 방식으로 개발 일정에 맞춰 연구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기술 목표 달성 후 성과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를 운영해 왔다.
대덕특구와 연구현장의 직접적 연결
이번 특위 논의는 호남 중심 프로젝트에서 출발했지만, 반도체·로봇·첨단바이오·우주·원자력·양자·에너지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한 대덕연구개발특구와도 직결된다. 2026년 정부 연구개발 예산은 35조 원을 초과하며,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약 5%로 세계 최상위권이다.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수록 연구자의 시간 운용 자율성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는 요구가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선 블라인드 채용 사례에서도 유사한 경로가 확인된다. 2017년 공공기관에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이 연구경력 맥락 평가를 방해한다는 비판이 이어진 끝에, 2023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과 4대 과학기술원 등에서 연구성과 및 출신 기관 정보를 채용 심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정됐다. 다만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여전히 개정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연구직 특성을 반영한 제도 조정까지 6년이 소요된 선례는 이번 근로시간 논의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원문 인용
“늘어난 예산을 또 다시 건물을 짓는데 사용하게 해서는 안된다. 연구진이 실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