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액정에서 시공간 결정 구현, 마요라나 준입자 유사 거동 확인
원제: Scientists catch classical space-time crystals moving like Majorana quasiparticles
히로시마대·콜로라도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디스플레이용 액정 소재에 이온성 물질을 첨가하고 반복 전기 신호를 가하는 방식으로 고전계(classical) 상온 시공간 결정을 구현했다. 이 결정 내부에서 나타나는 미세 결함 쌍의 생성·소멸 패턴이 마요라나 준입자의 거동과 동일한 구조를 보임을 실험적으로 확인해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했다.
저자: Hiroshima University

시공간 결정이란 무엇인가
결정(crystal)은 통상 공간적으로 규칙적인 원자 배열을 갖는 구조물이다. 시간 결정(time crystal)은 공간 대신 시간 축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갖는다. 지난 10여 년간 물리학계는 이 구조가 포획 이온이나 양자 시뮬레이터처럼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양자계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 왔다. 이번 연구는 그 전제를 상온 고전 소재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현 방법과 주기 배증 현상
연구팀은 기존 액정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유체와 유사한 키랄 액정(chiral liquid crystal)에 이온성 첨가물을 혼합한 뒤, 일정 주파수로 반복되는 전기 신호를 인가했다. 광학 현미경 관측과 수치 시뮬레이션을 병행한 결과, 구동 신호의 2배 주기로만 패턴이 반복되는 주기 배증(period-doubling) 현상이 자발적으로 나타났다. 즉, 외부 입력 주기와 계의 응답 주기가 2:1로 어긋나는 것이다.
토폴로지 결함과 마요라나 유사 거동
이 주기 배증을 이끄는 주역은 액정 유체 내부에 형성되는 두 종류의 미세 위상 결함이다. 토폴로지 솔리톤(topological soliton)은 분자 배열의 매끄러운 비틀림이 안정된 파묶음 형태로 전파되는 구조이고, 디스클리네이션(disclination)은 분자 정렬이 완전히 무너지는 선형 결함이다. 인가 전압이 변화함에 따라 두 결함이 쌍을 이루어 생성되거나 서로를 소멸시키는 과정이 반복된다. 연구팀은 이 쌍 생성·소멸 패턴이 자기 자신이 반입자인 마요라나 입자의 입자-반입자 쌍 거동과 수학적으로 동일한 구조임을 확인했다. 이는 양자역학적 마요라나 페르미온을 상온 고전계에서 재현한 유사체(analog)에 해당한다.
내구성과 안정성
양자 시간 결정은 외부 교란에 극히 취약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반면 이번 고전 시공간 결정은 구동 전기 신호의 타이밍을 의도적으로 최대 20%까지 어긋나게 해도 패턴이 붕괴되지 않았으며, 24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이 강건성은 실제 장치 적용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요소다.
연구 의의와 향후 전망
이번 연구는 복잡한 시공간 대칭이 양자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개방형 고전 연성물질에서도 자발적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시간 액정성(time liquid crystallinity)'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제안하며, 유체 소재의 시간적 조직화를 다루는 연구 분야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응용 측면에서는 재구성 가능한 레이저 소자, 빔 편향기, 고정밀 광 조향 장치 등 차세대 광학 부품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실제 소자화를 위해서는 구동 전압 범위, 소재 수명, 소자 집적화 등 공학적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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