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전압만으로 단일 분자 큐비트 선택 제어 원리 세계 최초 규명
원제: "전압으로 원하는 큐비트만 제어"···IBS, 양자컴 핵심기술 개발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이 독일 카를스루에공과대학교(KIT) 연구팀과 공동으로, 외부 자기장 없이 전압만으로 단일 분자 큐비트를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6월 29일 Nature Physics에 온라인 게재됐다.
저자: 길애경 기자

자기장 기반 제어의 구조적 한계
양자컴퓨터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다수의 큐비트 가운데 원하는 것만 정밀하게 제어하는 일이다. 그동안 가장 널리 사용된 방법은 자기장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자기장은 공간적으로 퍼지는 특성이 있어, 목표 큐비트 외에 인접한 큐비트에도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큐비트를 집적할수록 개별 주소 지정이 점점 어려워지는 근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실험 설계: ESR-STM과 분자 복합체 활용
연구팀은 산화마그네슘(MgO) 기판 위에 철 프탈로시아닌(FePc) 단일 분자와 철(Fe) 원자를 결합한 분자 복합체(Fe-FePc)를 구성했다. 이를 주사터널링현미경(STM)과 전자스핀공명(ESR)을 통합한 ESR-STM 장비로 분석해, 원자 수준에서 개별 분자의 전자 스핀 양자 상태를 관측했다.
교환 상호작용이 만드는 비선형 스핀-전기 결합
실험에서는 STM 탐침에 가하는 전압을 높일수록 분자 스핀의 공명 주파수가 크게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일정 전압 이상 구간에서 공명 주파수 변화가 전압에 단순 비례하지 않고 특정 구간에서 급격하게 달라지는 강한 비선형 거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측정한 스핀-전기 결합 효과의 크기는 기존에 보고된 분자 스핀 전기 제어 사례보다 약 30배 큰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의 원인을 단순한 전기장 효과가 아닌 교환 상호작용에서 찾았다. 전압이 높아지면 분자의 최저 비점유 분자궤도(LUMO)와의 에너지 간격이 좁아지고, 전자의 가상 터널링이 증가한다. 이 과정에서 탐침과 분자 사이에 국소적인 교환장(exchange field)이 형성되며, 이 교환장이 분자 스핀의 에너지 준위를 변화시켜 공명 주파수를 이동시킨다는 메커니즘이다.
2-스핀 시스템에서의 선택적 큐비트 제어 검증
연구팀은 두 개의 Fe-FePc 복합체가 연결된 2-스핀 시스템에서 라비 진동(Rabi oscillation)을 측정해 이 원리의 실효성을 추가로 확인했다. 마이크로파 주파수나 외부 자기장을 바꾸지 않고 전압만 조절함으로써 탐침 바로 아래 위치한 큐비트의 스핀 공명 조건을 이동시켰고, 인접한 다른 큐비트에는 영향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전압이 갖는 공간적 국소성을 분자 수준 큐비트 선택 제어에 활용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인 결과다.
기술적 의의와 남은 과제
이번 연구는 분자 기반 양자소자에서 다수 큐비트 집적 시 요구되는 개별 주소 지정 문제를 전기적 수단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환 상호작용이라는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설계 원칙을 제공했다는 의의도 있다. 다만 현 실험은 극저온·초고진공 환경의 ESR-STM 장비를 전제로 한 원리 증명 단계이며, 실제 소자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동작 온도 범위 확대, 재료 설계, 집적 공정 등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원문 인용
“이번 연구는 다수의 큐비트를 집적한 분자 기반 양자소자 구현의 핵심 기술이 될 것”